“그니까 씨발 뒤져도 어떻게 그렇게 꼴사납게 뒤지냐고.” 영훈이는 그렇게 꼴사납게 죽었다. 전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군대를 갔다가 휴가를 나와서는 계단에서 스스로 목을 조르면서 기절놀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균형을 잃고 넘어져 계단을 서너바퀴 굴렀고, 전두엽이 으깨져 하얀 계단에 몰랑이는 단백질 조각을 흩뿌리다가 숨을 거뒀다. 주헌이는 술잔을 포장마차의 파란 싸구려 플라스틱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치며 말했다. “아니 그새끼느은.. 그새끼는 사랑이 뭐라고 그렇게 지랄하냐아... 나였으면 있잖아? 그딴 한녀는 신경도 안써”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호균이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사랑이 뭐냐 대체 사랑이.” 나는 적당히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죽어있는 영훈이를 처음 발견한 건 나였다. 정말 우스꽝스럽게 다리를 배로 붙이고 마치 요가를 하듯이 척추가 U자로 접힌 채 계단 중간에 누워있는 영훈이의 모습은 일종의 찰리 채플린 영화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외로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영훈이가 오히려 늘 말해왔던 자살에 가까워진 거라면 차라리 잘 됐다고도 생각했다. 영훈이는 늘 우리에게 목을 메어 자살하는 법에 대해 강연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불완전 목멤이라는 자살 방법이 있는데,..” 영훈이가 죽기 1년 전 우리는 시골 별장을 에어비엔비로 예약해 다같이 모인 적이 있었다. 사실 잘 모이지 않는 우리였지만 그날이 독특하게 모든 멤버가 모이는 날이었다. “그래 더 강의해봐 병신아.” 주헌이는 빈 종이 소주잔을 영훈이에게 던지며 낄낄댔다. 영훈이는 숙소에 있던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카로 머쓱하게 웃으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내가 시도했던건 문 손잡이에 태권도 띠를 엮어서 내 목에 둘렀어. 품띠라서 빨간색과 검은색이 같이 있었어.” “곧 뒤질새끼가 색깔은 또 유심히 보네” 재호는 괜히 영훈이에게 서운하다는 듯 핀잔을 줬다. 당시에도 영훈이가 죽고싶어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영훈이가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도 죽지마라 새끼야.” 나는 영훈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앞에서 타들어가는 캠프파이어 소리 때문에 영훈이가 나의 말을 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영훈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이미 죽어버린 나무의 소리가 두 사람의 언어를 가로막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서로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재호는 그날 밤 잠들기 전 숙소의 불을 모두 끄고 이불을 덮자 갑자기 일어나 누워있는 영훈이의 먹살을 잡았다. “아니 씨발 니가 죽고 싶은건 죽고싶은건데 왜 나한테 피해를 주냐고.” 영훈이는 당황하고 겁에 질려 뒤로 밀려나다가 결국 벽에 등을 쿵 하고 부딪혔다. “니가 씨발 그딴 말을 처 해서 내가 불안하잖아. 너만 힘드냐? 어? 왜 남들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지랄이야 병신새끼가” 점차 뒤로 나아가며 힘을 모으는 주먹을 막은건 의외로 주헌이였다. 주헌이는 재호의 주먹을 잡으며 말했다. “자 자. 적당히들 하시고. 많이 취했다. 자 잡시다 재호는 여기 있고 영훈이는 나랑 얘기 좀 하고.”  주헌이는 영훈이를 데리고 자연스럽게 나갔다. 나는 재호가 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진정시켰다. 호균이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 모습에 그냥 멍하니 그 상황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주헌이는 영훈이를 데리고 나가 뫼비우스를 폈다고 한다. 빨갛게 타오르는 담배의 끝을 영훈이는 말 없이 쳐다만 봤다. 주헌이가 줄담배를 3개쯤 피고 영훈이에게 ’이제 들어가자‘고 했다. 내가 본 영훈이는 그날 밤 마치 오줌을 잘못 싸서 키를 머리에 이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온 꼬맹이처럼 주헌이 뒤에 숨어서 조용히 몰래 들어와 방이 아닌 거실에서 잠을 잤다. 거실은 난방이 되지 않아서 사실 약간은 추웠다.

“아저씨가 정리를 잘 하고 가야된대. 정리 안하면 벌금 5만원이래.” 해가 밝자 다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자리로 가 적당히 짐들을 싸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맥이 담긴 종이컵을 비우고 종이컵을 쌓고 ’종이쓰레기‘라고 적힌 박스에 던졌다. 카스, 테라, 캘리가 적힌 플라스틱 병은 찌그러뜨려 버렸다. 그 속에서 영훈이는 일사천리로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종이, 일반, 플라스틱, 캔을 완벽히 구분해놓고 가져다 버리고를 반복했다. 어쩌면 영훈이는 자신이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 우리는 솔직히 잘 만나지는 않았다.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단 각자 바빠진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개강을 했고, 누군가는 취직을 했다. 그날 일 때문에 서로 불편해져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웃긴 영상이 있으면 꾸준히 카톡방에 공유했고, 롤을 하는 애들끼리는 자주 같이 게임을 했다. 달라진 점은 딱 하나. 영훈이는 더이상 자살하는 법에 대한 강연은 하지 않았다.

사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영훈이는 그 목표에 도달할 거라고 우리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영훈이에게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연락을 해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함구했다. 그건 우리 뿐만이 아니라 영훈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영훈이는 늘 웃으며 우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했고, 가끔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이상한 짓을 하긴 했지만 그건 우리에게 있어서 사실은 더 재밌는 모습이여서 그냥 냅두기로 하였다.

1학기가 끝나고 영훈이는 도망치듯이 군대를 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학교에서 전 여자친구를 자주 마주쳤다는 듯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훈이는 나와 연락할 때 ‘솔직히 자기는 군대가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밤낮을 강제로 맞추고, 밥을 제때 먹고, 몸을 쓰다보면 잡생각이 줄어든다고 했다. 영훈이는 경기권의 괜찮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이를 때려치고 말뚝을 박을까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휴가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사격, 훈련 하다못해 행실로도 추가 휴가를 받았다고 했다. 영훈이는 그렇게 4번째 휴가에서 1주 반 휴가를 받아냈고,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마 휴가가 너무 길어져 밤낮이 꼬여서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다같이 영훈이의 부고문자를 단톡방에 공유했다. 아직 읽지 못한 친구가 공유하고, 또 공유해 영훈이의 부고문자는 두겹 세겹이 겹쳤다. ’송영훈님의 부고 메시지입니다.‘ ‘엥 이거 실화냐’ ‘드립 ㄴㄴ’ ‘아니 영훈이면 진짜 그럴 수도 있긴 해’ ‘너 이거 어디서 받았냐’ ‘어 나도 왔다,’ ‘어 이거 근데 받는 기준이 뭐지’ ’송영훈님의 부고 메시지입니다.‘ ‘야 이거 봤냐’ ‘위에 보셈’ ‘송영훈님의 부고 메시지입니다.’ ‘야 이거 봤냐 아‘

사실 나는 어제 영훈이의 시체를 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애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모습 때문에 싸움이 의심돼 간단한 경찰조사를 받느라 그랬던 것도 있지만 그냥.. 영훈이라면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적어도 내가 전달하면 안되는 것만 같았다.

“민혁아, 너도 가끔.. 정말 가끔 그럴 때 있지 않아? 정말 길가던 누구라도 붙잡고 그냥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을때 말이야. 사실 나도 어디가 힘들고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어떤게 원인인지도 모르겠고. 그치만 나는 너무 힘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그냥 있었던 얘기를 다 하고 싶어. 어릴때 자전거를 누가 훔쳐간 얘기부터 내 사랑이랑 멀어진 얘기 부모님한테 미움받은 얘기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얘기 그런 이야기들 말이야. 그러면 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까?”

나는 영훈이의 말을 듣고 사실 첫번째로 든 생각은 부담이었던 것 같다.

“어... 나는... 나는 못해. 나도... 나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나도 힘들어서. 미안하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공포였다.

“그-그래도, 죽지는 마. 너가 죽으면 우린 어떡하냐. 우리 다같이 재미있게 살아야지.”

세번째로 든 생각은 회피였다.

“그러지 말고, 술이나 마셔. 술 마시면 괜찮아 질거야. 한잔 더 마시고, 이따 게임이나 같이 하자.”

영훈이는 내 말을 듣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묘하게 웃다가 ’그래 미안하다‘며 맥주캔을 내밀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짠 하며 그 맥주잔과 부딪혔다.
출렁이는 맥주가 캔 밖으로 살짝 삐져나와 내 팔을 타고 흘렀다.
나는 그 맥주를 혀로 핥아 먹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훈이의 장례식 마지막 날에 모였다. 첫째, 둘째날은 우리 중 누구도 가지 않았다. 장례식장 안에서는 정말 예의만 갖추고 바로 나왔다. 우리끼리 모인 김에 식장 앞에 있는 포장마차를 들렀다. 적당히 싸구려 포장마차였다. 들어가자마자 푸근하게 생긴 파마머리 할머니가 우리에게 어묵국물을 건냈다. 우리는 적당한 안주를 시키고 적당히 새로와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누구도 그때 영훈이가 먹었던 술은 시키지 않았다. 따지고보면 영훈이가 우리 모두를 만나게 모아줬지만 20분정도 누구도 먼저 영훈이의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정말 말없이 술과 안주만 먹었다.

”우리가... 잘못한 걸까.“

정적을 깬건 호균이었다.

”에이 씨발 재수떨어지게 뭔 좆 같은 소리야“

재호가 말이 끝나게 무섭게 치고 들어왔다.

”애초에 영훈이는 진짜 죽고 싶었을까.“

나는 취기에 흐린 눈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초점이 맞지 않아 누구도 볼 수 없었지만 이 시야가 왠지 영훈이의 시야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훈이는 죽고싶지 않았는데 실수로 죽었을 수도 있잖아. 사실 자세히 보면 그렇잖아. 계단이 아니라 침대에서 기절했더라면. 죽지 않았을텐데. 적어도, 계단 모서리에만 안박았어도.
...아니면 애초에, 우리가 그냥 영훈이 말이라도 한마디 들어줬어도.”

“그니까 씨발 뒤져도 어떻게 그렇게 꼴사납게 뒤지냐고.” 재호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재호는 지금 서럽다는 걸.

“아니 그새끼느은.. 그새끼는 사랑이 뭐라고 그렇게 지랄하냐아... 나였으면 있잖아? 그딴 한녀는 신경도 안써” 주헌이가 비틀대며 말했다. 어쩌면 그 여자애를 욕하려다가 참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사랑이 뭐냐 대체 사랑이.” 호균이도 지금 영훈이가 사랑때문에 죽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사랑으로 시작된 종양을 제때 막지 못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우리가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것도 안다.

나는 적당히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