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01:12
널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우는.. 구나."
그러다 그녀는 날 바라보고 숨이 차는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곤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른 말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앞에 쪼그려 앉았다.
대학가의 허름한 술집 앞 담배를 피기 위해 마련된 듯한 조그마한 작은 의자에
어설픈 행세를 띈 어린 두 남녀만이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을 직선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자, 이거."
그녀는 그제서야 훌쩍임을 멈추고 고개를 살포시 들어
내가 내밀고 있는 작은 상자를 집어 들었다.
"너, 이거 갖고 싶어 했잖아."
여성의 주먹 크기 정도 되는 빨간 상자.
경첩을 따라 반으로 열리는 상자 안에는 작은 러버덕 피규어가 들어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곤 상자와 러버덕 피규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제 됐어. 평화가 무슨 소용이야 이제. 내 작은 평화도 스스로 못찾겠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울음이 났다.
울음이 나서, 그치만 멈출 수가 없어서.
소리내어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만 반복했다.
아기도, 너도, 내 인생도, 네 인생도.
전부다 너무 미안해서, 그치만 방법이 없어서.
"우는구나."
"뻔뻔하네."
"뭘 잘했다고 울어."
"울지마."
"...울지 말라고."
"야, 네가 울면"
"나도 못 버틸 것 같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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