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네가,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나는 불안해. 네가 못 이겨내니까 내가 이렇게 불행하잖아. 네가 빨리 이겨내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도는 온 바닷가에 사 아악하고 모래를 집어삼키는 소리를 내었다. 끝내 넘기지 못한 목 넘김이 막막하게 모래알에 걸려 쓰라리게 파도는 다시 흘러갔다.
".. 어 그래 잘 알겠어. 잘 이해했어.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는 이야기 하기 싫은 마음이 훨씬 더 컸다. 집어삼켜진 파도는 다시 사아악 하고 다가왔다. 어두워진 밤바다는 밤의 빛을 모두 삼켜 시각적으로는 어두운 적막을 만들었지만 그렇기에 청각은 반대로 부각되고 있었다.
스으윽- 사아아악-. /... / 스으윽- 사아아악- ...
모래알은 빛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냥 그렇게 잠식되었다가 삼켜지고 또 뱉어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밤은 점점 더 깊어갔다. 달빛만이 희미하게 모래 위를 어루만지듯 비추는 가운데,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도 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한숨 같기도 했다.
지친 발걸음이 모래 위에 자국을 남기며 천천히 움직였다. '이해했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거짓을 숨기고 있을까.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저 대화를 중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그 말들이 가슴 한켠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스으윽- 사아아악-
파도는 마치 위로하듯, 또는 조롱하듯 계속해서 같은 리듬으로 해변을 덮었다 물러났다.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마다, 방금 전의 대화가 마음속에서 되풀이되었다. '네가 못 이겨내니까...' 그 말은 마치 어둠속 정적에 들리는 파도소리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하얀 파도의 포말이, 마치 누군가의 창백한 얼굴처럼 느껴졌다. 불안과 죄책감,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고독감이 밤바다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온몸을 감쌌다.
"나도..나도...싶..."
작은 속삭임이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 순간 멀리서 불빛 하나가 깜빡였다. 등대였다.
하지만 모래알들은 여전히 침묵 속에 잠겨있었다. 그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텐데, 오늘 밤은 그저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듯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파도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스으윽- 사아아악-
마치 누군가 끊임없이 동일한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해한 척 끝낸 대화처럼.
'글이나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킨스라빈스-bekinsrabins (0) | 2025.04.08 |
---|---|
물의 파동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0) | 2024.08.06 |
다구라입니다이런일은전세계어디에도없었을걸요 (0) | 2024.07.16 |
제목을 입력할까요? (0) | 2024.06.02 |
봄에 피는 초록이라는 언어 (0) | 2024.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