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차분히 내려놓은 찻잎은 둥둥 떠다니곤 했다. 그리 떠다니던 찻잎은 결코 가라앉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그 찻잎이 둥둥 떠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흐르는 물에 살포시 손을 얹어 봤다. 너무도 차가웠다. 그럼에도 내 손을 살짝궁 밀어내는 그 감촉은 부드럽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걸었다.
너무도 눈부심에 나는 내 눈을 손으로 가려야만 했다. 부신 눈과 손가락 마디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그 빛을 그닥 즐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너 또한.
우아한 백조와 그 뒤를 따르는 청둥오리들은 물에 잔향을 일으키며 동동 흔들렸다. 그 사이 출렁거리는 빛과 입자들, 입자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가? 나는 무엇과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살아가고 있는 자들은 도대체 무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눈이 부시다. 뒤엉켜버린 단어와 같다. 뒤엉켜버려도 본연의 뜻을 잃지 않는 단어와 같다. '베킨스라빈스' , - bekinsrabins
어쩌면 우리는 모두 베킨스라빈스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 대충 보기엔 넘어갈 만큼 살아가고 있지만, 내면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혼용되어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지나가는 개미마저 본인의 숙명을 알고 있던데, 우리는 이미 베킨스라빈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은 여전히 흘러간다. 나는 찻잎이 가라앉지 않기를 바란다. 물은 내 손을 여전히 차갑게, 그리고 부드럽게 가로지른다.
베킨스라빈스.
BEKINSRABINS.
자아, 벗어나보자. 당신은 그럴 수 있는가? 그럴 능력이 되는가? 그럴 힘이 있는가?
베킨스라빈스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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