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장이다. 그것도 각색 없이 타자로 쓰여진.

 

 

오늘은 뭔가 신기하게도 감사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일단 호균이랑 주헌이를 만나서 귀여운 도마뱀 친구들을 만나고 화가 나고 트라우마가 됐던 교수님 뒷담도 하고 그러다가 영인누나한테 연락와서 다온이랑 데이트 할 수 있는 표를 얻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가 젤 좋아하는 교수님 워크숍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서 바로 신청하고, 그리고 교수님한테 감사함이라는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사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을 돌아봐서야 오늘이 감사한 날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캐리비안베이를 다녀오고 몸살이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시기는 교수님이 내 신경을 써서 알려주셨던 워크숍의 신청을 놓치고 나서 너무너무 아팠다. 실은 그리고 머리랑 속이 너무 아픈데 옆에서 치킨만 먹고 있는 다온이한테 서운함을 느꼈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뒹굴뒹굴 아픔을 느끼며 너무 괴로웠는데, 하루만에 이렇게 감사함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조금 더 과거로 가자면 다온이랑 산책을 하다가 근처 롯데마트에서 너무 너무너무 귀여운 코뉴어 앵무새를 발견했다. 자꾸 손에 엉겨붙으려 하고 날개도 다 자라지 않은 애기 코뉴어였다. 데려갈지말지에 대한 생각 조차 없었는데 자꾸 손에 비비니 진심으로 너무 고민이 되어서 알아보니 원래 데리고 있는 코뉴어인 '하늘이'에게도 친구가 있으면 좋다는 인터넷 글을 읽고 새로운 새를 데려오게 되었다. 그렇다...충동분양이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데려온 새로운 코뉴어에게는 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늘이와 보리. 붙여서 하늘보리. 돌아보니 그날 그 시간 산책을 나갔고, 롯데마트를 갔고, 동물코너에서 보리를 만나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일도 감사하게 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감사함이라는 의미를 잊고 싶지 않다. 교수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조금 각색을 더해서) "행복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허상인거죠, 그렇지만 저는 가끔 감사함을 느껴요. 그게 제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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