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나 언어로는 전부 전하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의 영역을 남에게 설명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또 괴롭다.
닿지 못하는 것들에 다가가는, 그렇지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롤랑바르트의 고전 중 하나인 '사랑의 단상'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여기서는 연인이라고 이야기하겠다.)가 멀어질 때 fading, 사라짐과 멀어짐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fading이라는 말 자체가 아날로그적으로 부드럽게 소수점을 감각하며 사라지는 느낌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신기한 것 같다. 내가 느낀 멀어짐은 디지털적인 멀어짐 뿐이었던 것 같은데, 예를 들어 갑자기 멀어지는 듯한. 1에서 0으로 틱. 하고 사라지는 듯한.
La délicatesse, 롤랑바르트는 신중함과 부드러움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바르트는 사랑하는 사람, 연인과 완전히 동일시 되는 것을 경고한다. 그렇게 된다면 스스로도 파괴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조금 떨어져 있자. 거리감을 쌓는 훈련을 하자."
바르트는 너무 가까이 가 상대를 압박하지 않고, 너무 멀리 도망가지도 않는 미묘한 거리 유지를 신중함/부드러움(Délicatesse)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는 사실 프랑스어는 몰라서 번역체로만 보고 느꼈을 때 fading도 그렇고 Délicatesse도 그렇고 사랑에 대해서 부드럽게 표현하는 마치...뭐랄까 내게 있어서는 안개 속을 걷는 그치만 약간 부드러운 밀림이 있는, 현실엔 존재할 수 없는 밀도가 존재하는 안개를 걷는 느낌같이 느껴졌다.
쉽게 비유하자면 푸딩같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랄까. 너는 푸딩 속에 있는 거고 나는 천천히 다가가면 너와 가까워질 수 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너에게 닿으려고 다가가면 푸딩이 움직여져서 너는 멀어지는 거다.
그렇지만 결국 너와 사랑하는 순간에도 거리는 필요할 것이다. 바르트는 거리감을 쌓아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비로소 타인을 온전히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의 공간'이 생긴다고 했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푸딩은 처음에 말했던, 언어적 기호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글이나 언어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되는거다.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오히려 도덕이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 그러니까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 선 혹은 악을 발명하고 규정하며 억압해왔다고 주장한다.(고 나는 이해했다.) 그리고 사회가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이분법적인 도덕의 경계선을 지나면 오히려 본래의. 그러니까 인간의 가공되지 않은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내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법을 어기기도 하고, 사회적 평판을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할 수도 있다. 그정도로 사랑이라는 '광기'는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인류는 이를 통제할 수단이 필요했고 결국 도덕이라는 잣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니체는 오히려 '광기'야 말로 인간의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니체의 관점에서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은 도덕적 결함이나 타락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길들지 않은 인간 본연의 위대한 생명력이 사회적 족쇄를 끊고 튀어나오는 숭고한 순간에 가깝다.
"당신은 사회가 안전하게 규정해 놓은 얄팍한 '선과 악'의 테두리 안에서 미지근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그 경계를 깨부수고 나와, 비록 상처받고 파멸할지언정 온 존재를 던져 뜨겁게 사랑할 것인가?"
변명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Si nous devons tout nous interdire par crainte de la fin, à quoi bon vivre ? Même si l'avenir m'apporte la blessure et l'éloignement, je veux, ici et maintenant, me consumer d'amour avec 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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