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끄러마 널 바라보다가 가끔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러다 웃기도 하고 익숙해져 갈때 쯔음 서로를 편하게 인지하게 되고 놀리고 장난치다가 행복을 느끼고 그렇게 죽어가고 싶었는데

또 나만 이곳에서 허우적댄다

빠져나가지 못해 미처 챙기지 못한 우산에 어깨가 눅눅해져간다

길에서 빵빵거리던 차들도

나를 스치며 지나가던 바쁜 배달 오토바이들도

시계를 쳐다보며 달려가는 양복입은 아저씨도

하늘을 날아가며 구름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비행기도

나를 지나쳐버리고 지나가는 듯 하다

나만 이곳에 남아서 소용돌이 치는 이 먹구름에 앉아

우산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뿐인 거다

또 나만 이곳에서 허우적댄다

빠져나가지 못해 미처 챙기지 못한 우산에 어깨가 눅눅해져간다

많은 우주들 사이에서 너를 만나기 위해 수십번을 되돌아

겨우 너에게로 도달하는데 성공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 우주도 결국은 너를 만나지 못하는 우주 중 하나였던 거다

완벽한 시간,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날짜, 완벽한 글짜 하나 하나 조합해

너에게로 보내봤자 결국은 그게 소용이 없는 일인 걸 깨달았을 땐

난 이미 너를 좋아하고 있고 결국은 다시 너를 만나기 위한

우주 여행을 번복해버리고 마는 거다

나만 이곳에 남아서 소용돌이 치는 이 먹구름에 앉아

우산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뿐인 거다

나를 지나쳐버리고 지나가는 듯 하다

물끄러마 널 바라보다가 가끔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러다 웃기도 하고 익숙해져 갈때 쯔음 서로를 편하게 인지하게 되고 놀리고 장난치다가 행복을 느끼고 그렇게 죽어가고 싶었는데

나는

이런 사랑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