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 13:58
김씨아저씨는 또 그 전봇대 앞에 그 차를 세웠다. 중고차 매장에서 아무런 차나 골라 싼 값에 주워서 그 차를 그 전봇대 앞에 세웠다. 그러고는 또 며칠 뒤 저 차는 견인당하고 말거다. 그러면 아저씨는 다시 차를 사오고 차를 그 곳에 세워놓고 자리를 떠나는거다. 벌써 몇달째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김씨 아저씨가 시청 직원하고 마찰이 있었나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저씨는 분명히 선량한 시민이었고 늘 열심히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일개 직원일 뿐이었다. 원인은 전봇대에 붙어있는 현상금 전단지 때문이었다.
현상금 전단지는 정확히 김씨아저씨가 다니던 아들의 학교를 바라보게 붙여져 있었다. 다만 문제는 현상금 전단지를 법적으로 떼선 안된다는 것. 아저씨는 도망쳐다니는 아들이 자신의 친구들 때문에 부끄럼당하길 원치 않았다. 실은 자동차를 가져와 전단지를 가려봤자 다른 곳에 있는 전단지가 아이들의 눈에 들어오는건 당연한 이치였지만 어쩌면 아저씨는 없는 돈과 부서져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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