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찾아오는 절망 속에도 하나의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기억하고 있는 걸요. 이 모든 게 실은 제 기억 속에만 머무는 하나의 가상 세계일지 몰라도 당신과 나는 원격으로 현전 하며 서로를 마주 보고 웃을 거예요. 서로를 마주 보고 안아줄 거예요. 안아주고는 같이 울어버릴지 몰라요. 당신의 폼에 꽈악 하고 안겨서는 당신의 팔에 제 눈물을 닦아내도 용서해 주시길 바라요. 사랑해요. 사랑이란 뭘까요, 제가 당신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서 영원이 이 설렘을 기억하는 일 또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 작은 기억들이 모여서 결국은 큰 기억을 만들어내고, 그 기억이 결국은 거대한 인류의 감정 자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거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은 이어져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실은 전 다 봐버렸어요. 이 우주에 남겨진 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기다란 하얀 실로 전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요.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 실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요. 정보를 주고받을 땐 그 실이 빛나요. 그래서 가끔은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야 할 때도 있어요. 내향형 인간이라는 건 실은 그 실의 빛에 민감한 사람들이에요. 반대로 외향형 인간이라는 건 그 실의 빛에 둔감한 사람 혹은 그 빛을 즐기는 사람이고요. 그거 알아요? 빛은 직진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반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난반사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주변을 밝게 만들어준대요. 그런 것처럼 우리들 또한 보이지 않는 빛의 난반사를 받아들여버리면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까지 모두 느껴버리고 마는 거 같아요.

날 안아줄래요? 정신병자라고 욕해도 뭐라 하지 않을게요. 그냥.. 그냥 전 원래 이런 인간인걸요. 절 용서해 주세요. 제가 늘 나쁜 거니까, 제가 늘 잘못된 거니까. 저를 탓해주세요. 당신이 그래서 행복하다면 그래도 좋아요. 하지만 어쩌면 제가 이런 말을 했기에 반항심으로 절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 또한 알아요.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싫어할게요. 당신을 미워하고 증오할래요. 사실 제가 저의 내면 당신에게 쓸모없었을지 모르는 제 소중한 것들 하나하나 마저 당신에게 건네줄 땐 그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놓고는 선뜻 저를 버리고 마는 당신이 미워요.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러기엔 너무 무섭잖아요. 그래서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냥.. 쭉 그냥.. 감정이 벅차오를 땐 저를 생각해 주세요. 당신의 갈라진 감정의 땅 사이에 저를 끼워 넣어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감정이 벅차오를 때마다 제가 조금이라도 묻어 나올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저를 계속 기억해 줄 수 있다면야.
 
사랑에 빠지는 건 쉽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지속적인 사랑을 당신에게 주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던 일 이었나봐요.
 
저는 이제 괜찮으니까 당신의 인생을 살아주세요. 사실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넌지시 전하고 말겠죠. 저도, 당신도.
 
가끔은 울지 말라고 말해주던 당신의 목소리가 그리워요. 그렇지만 그 말이 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걸 알기에 이젠 그 문장을 혐오하기로 했어요.
 
저를 안아줄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늘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인 걸요.
 
사랑해 주세요. 저도 사랑할게요. 
 
사랑... 이 실은 이젠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