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대한민국 속 대학교 안에는 엠티라는 문화가 있더라. 벌써 이 행성에 산지 21년이 지나고 있어. 그동안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해 왔지만 이번엔 특히나 그 감정의 원인을 추적할 수가 없어. 그래서 너에게 근 5년 만에 편지를 쓰게 됐어. 삐리 삐리. 내 신호가 이번에도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엠티의 마지막 날, 나는 친구의 방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 "네가 전에는 정말 과 친구로 남고 싶은 친구였는데, 요즘에는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인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나빠서 헛구역질이 났어. 왜지? 싶으면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어. 5년 전 내가 너에게 의뢰했던 그때 그 일과는 또 달라. 집에 와서야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전에는 너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엔 너와 친해지고 싶다."라는 뜻인걸 깨달았어. 나는 그 친구에 대해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 친구는 나에게 있어서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좀 짜증이 났던 것 같아. 그런 거 있잖아. 화나면 망상으로 얘가 이렇게 말하면 난 논리적 혹은 엄청난 펀치라인으로 이렇게 받아쳐야지 하는 생각들 말이야. 그때의 난 "근데 00아 나도 너랑 친해지기 싫었어." "응?" "사실 뻥인데 네가 지금 나한테 이렇게 말한 거야."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엠티를 다녀오고 학교를 간 다음에 과에서 아는 형이 혼자 밥을 먹고 있길래 내 식판을 거기로 옮겼어. 위선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의 나에 대한 화해의 요청이었을까. 그러곤 그 형이랑 운동장을 걸었다. 여러 바퀴를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을 계속했다. 나는, 나는. 뭐가 변했지. 뭐가 변했고, 뭐가 달라졌고, 뭐가 또... 나는. 내가 느끼기에 난 그대로인데. 나는... 나는 뭘 잃어버렸지. 뭔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답답해하고 있는데 휴대폰 알림이 울리더라. '03즈, 채팅방에 초대되었습니다.' 우리 과 03년생들이 모인 듯한 톡방이더라.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세히 보니까 우리 과 03년생 전부가 들어있는 방이 아니더라고. 그때부터 실순가 싶어서 나를 초대한 친구에게 여기 03즈라면서 왜 다른 사람이 다 없냐고. 혹시 까먹은 거냐고 하니까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더라. "너 눈치가 없는 거냐고. 애들이 저 친구들을 불편해하는 거 모르고 하는 소리냐고." 그래서 차마 화는 못 내겠고 그냥 자리로 돌아와서 톡방을 나왔다. 손목에 달린 우주 단말기가 오랜만에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어. 이대로면 위험하다고, 감정 게이지가 위험 수치를 넘어가고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손목을 뒤로 숨기면서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울리는 내 우주 단말기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우주 단말기의 매뉴얼에 적혀있듯이 감정 게이지가 위험수치에 오르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그게 불가능하다면 감정 의뢰서를 작성하여 우주로 전송하기. 다시 말하지만 5년 전 그 감정과는 달라. 그때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이번엔 그 정돈 아니야. 그렇지만, 우주 단말기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 걸.
답장 기다릴게, 답장은 전에 그랬듯이 뜬금없이 배달온 초코머핀 속 애벌레모양 우주우체국 직원이 보내주려나, 뭐 또 엉뚱한 방식으로 보내주겠지. 그 방식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
삐빅- 삑. 삑 삐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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