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글 보글, 오늘 꿈에서 너가 나왔다. 분명 그립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쉬운 감정은 막을 수 없었나보다. 현실에서 넌 물로 돌아간지 이미 오래인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너의 흔적이 완전히 건조되진 않은 것 같다. 눅눅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글을 적는 게 잘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적기로 했다. 다시금 너라는 물을 퍼올려 나에게 뿌리는 행위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나는 건조되는 중이니까. 사람도, 관계도, 너 또한.
너는 완전히 건조가 완료 되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넌 나라는 물을 맞은 적 조차 없을까. 그래도 가끔은 나라는 물이 너의 옷깃에 묻어나와 내 생각을 해줬으면 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아니면 그래도 되는 나의 권리 일까. 사람은 사람과 만나면 서로에게 서로의 물을 묻혀버리는 거야. 그리고 서로 멀어져 있는 동안 그 물은 다 말라버리는 거고. 만약 내 물이 아직 너에게 남아있다면, 눅눅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래서 그 전에 너의 연락을 기다리기보단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기로 용기내 봤다. 아직 내 물이 너에게 남아있기를 소망하면서.
멀어지고는 의외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 정말 성장했구나 라고 스스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너의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치만 며칠 뒤 우연찮게 너와의 대화를 다시 읽게 되었다. ‘삭제되었거나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오픈채팅방입니다.’ 경고문이 떴고, 나는 그걸 무시하고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이 답답하더라. 미처 건조되지 않는 너라는 물이 아직 내 속 구석에 옹졸하게 고여있는 걸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자선 잘 안피는 담배를 폈다. 보햄 시가 아이스핏이었음 더 좋았겠지만 그냥 집에 있는 전자담배를 폈다. 다행히 그러니까 좀 나아지더라.
난 물이 좋아서, 너라는 물 속에서 잠들고 싶다. 강도 바다도 다 좋지만, 그냥 나는 물이 되고 싶어. 왜 사람은 물이 될 수 없는지, 왜 나는 사람이어서. 죽어서는 물에 가야지. 물에서 가라앉아 죽기보단 죽어서 너라는 물에 가고싶다. 그냥 물로 돌아가고 싶어. 그치만 너에게 남아 기억될 수 있는 물이 될 수 있다면 뭐든 좋다. 뼛가루가 되든 퉁퉁 부은 익사체가 되든.
그냥 물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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