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바라던 그 자리에 서서 난 너의 눈동자를 바라봤을지 몰라. 아니 어쩌면 그 사이 빛나는 너의 눈망울을 보고 그 눈망울 사이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뇌의 큐티클 찌꺼기들이 서로 연결되며 발광하고 폭발해 가는 장면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을 지도. 단순히 생각해 보면 그 빛나던 날 사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쓸모없는 큐티클 사이의 만남처럼 만나고 짧게 발광하다 폭발했는지도 모르지. 네 눈동자 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화학반응 중 하나처럼 말이야. 어쨌든 너와 나는 하찮은 세포의 하나의 단위였을 뿐이었고, 그 기억이 우리에겐 소중할지 몰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야. 날 이해하는 건 너뿐이었고, 널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나뿐이었다는 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이라는 말이야. 요즘은 빛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 지금까지 발견된 물체 중에 가장 빠른 입자. 아니 어쩌면 파동. 실은 그 둘 다. 양자역학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빛은 관측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입자가 되기도 하고 파동이 되기도 한대. 누군가 바라보냐, 바라보지 않냐에 따라서 본인이 세상에 맞춰서 변하는 거지. 아니, 어쩌면 세상이 본인을 세상에 맞춰버린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너와 나의 사랑은 어쩌면 이 양자역학에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해.


 네가 나를 바라보지 않을 때 나는 너의 파동이 되어버리고 말았는 걸, 반복되는 싸인 코싸인 곡선이 물결치며 내 모습, 내 기분, 내 모든 걸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어. 이렇게도 해보고 ,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니까. 또 , 나는.
네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너의 입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는 걸, 단단한 입자 그 자체가 되어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나는 나를 옥여 매고 있었는 지도 몰라. 어떻게 하면 나는, 너와 현전하고 싶어 하면서 나는 또, 그러니까.


 우린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폼 속에 끌어안고 살잖아. 아끼는 반지라던지, 휴대폰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잃어버리는 건 사실은 정말 한순간이라서.  그래서 더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생각해. 더 경각심을 가지고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해. 매번 폼 안에 안고 살아가는 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과연 내게 있어도 되는 것들인지, 왜인지 과분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었던 것 같다. 내 소중한 것들을 더 아껴줘야지 싶다가도, 결국은 내가 그 소중한 것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간혹 했었던 것 같아.


 깊게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겁이 많아서 그리고 같은 일로 상처를 많이 받아서 특히 사람을 경계하는지도 몰라. 그리고 늘, 내가 나를 충분히 아껴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이제 겨우 나를 아낄 수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어렵기도 하고 서투르기도 해서 쫓지도 못할 하늘을 바라보며 겨우 오늘의 하늘만을 마음에 새기고 하루를 겨우 지나 보내는 걸.


네 눈동자 속의 연쇄반응, 그 속 만남과 폭발엔 너와 내가 있었을까.


네가 나를 바라보고 보지 않을 때 나는 파동이 되기도 하고 입자가 되기도 했을까.


나는 내 주변 모든 것들을 충분히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있을까.


나는 이제야 겨우 나를 아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내 착각일까 아니면 이제야 겨우 평범함의 반열에 오르게 된 걸까.



남들은 늘 말하잖아, 특별해지고 싶다고.
나는 늘 말했어, 평범해지고 싶다고.


그러면 웃으면서 말하더라. 넌 복에 겨운 거라고.
웃기지 마. 너희들이 내가 되어본 게 아니잖아.


나도 드디어 평범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과연 평범해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