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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을 바라보면 그 사이 점으로 모든 사물은 모이게 되어 있어. 어디로 그어도 그 소실점으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고, 그 점에는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있기도 하고. 시점을 끌어다가 그 점으로 옮기기도 해. 난 그런 소실점이 무서워. 인생이 하나의 프레임이라면, 나는 소실점 그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소실점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지나가는 행인 한 명이 되기는 싫어. 사람들은 어디에 서 있는 걸까,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어쩌면 모두 같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그 소실점에 도달하는 순간은 결국 내가 죽어 소실점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죽을 때 그런 중앙에 도달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그 소실점에 도달하는 사람은 오히려 극히 드문 거라고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도 나는 살아있을 때 그 소실점에 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기준에서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지구라는 행성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나를 그 소실점 중앙에 위치하여 바라봐준다면, 그렇게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걸로 행복할 거야.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나는 언제부턴지 남을 위해서는 울어지지가 않더라고. 하다못해 슬픈 영화를 봐도 울음이 나올까 싶을 뿐이지 막상 울진 않으니까. 아니, 생각해보면 사실 나를 위해서도 잘 울지 않았던 것 같아. 울먹였던 적은 많아도 속 시원하게 울어본 지는 언젠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걸. 요즘 나는 늘 울지 못하지만 울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억지로 짜내고 짜내야 겨우 한 두 방울 흘려버리고는 나는,...
 
그런 의미에서 너는 참 대단한 사람이야. 본인을 위해 흘리기도 아까운 그 눈물을 타인을 위해 서슴없이 흘려보내줄 수 있다는 게, 이미 충분히 어여쁜 사람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이어져 있으면서도 같은 소실점 그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고는 그 점에 도달하였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발광하며 폭발해 버리는 지도 몰라. 멀어져 있어 보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결국에 모이는 빛의 발광과 폭발의 장소. 그 구멍이 바로 소실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목적 없이 걷는 걸 두려워하잖아. 그렇지만 실은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을까?
그리고, 같은 목표를 향해 걷고 있을까?
 
 
모든 걸 안아줄 수 없다면, 나만이라도 안아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