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게 이어진 화살표 사이에 무언가 가득 끼어서 끙끙 대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딘가 아파오는 구덩이 속에서 퀴퀴한 냄새를 맡으며 주저했는지 모른다. 아파하는 지구를 뒤로 하고 화성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와중에도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지 못한 채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온전히 느끼며 그 감정에게 기도할 뿐이다. 나는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슬피 울어주었던 작은 뻐꾸기도 결국은 겨울이 되어 겨울잠에 들자 잠에 들지 않은 동물에게 영양분이 되어 다시 순환하고는 그 순환된 에너지는 다시 누군가의 영양분이 되길 마련이다. 어쩌면 순환된 에너지는 영원히 보존되어 지구 속에서만 살아야만 했지만 우리는 결국은 화성을 향하기로 하였고 지구엔 남은 에너지 하나 없이 불쾌하고 더러운 감정과 이물질만 가득히 남아 그저 그런 행성이 되고 만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결국은 부질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날아가버렸을지 모르지만 어딘가 저 지구 깊은 곳에 남아 나의 무언가를 대변하고 그곳에서 나 대신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그건 내 욕심이고 내 기억은 결국엔 날개를 찾는 데 성공하거나 혹은 우주선에 탑승하여 지구를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고 믿어주고 싶다. 

 

 

 요즈음 배우고 있는게 있다. 명상하고 이완하며 내 머릿속 우주를 떠돌다 떠오르는 작은 행성들이 나오면 그 행성이 더럽거나 깨끗하거나는 중요치 않고 그 행성 자체를 바라보고 그 행성을 정리해 주고 다듬어주기. 어쩌면 이미 나의 세상에서 이미 더러워져 버려 버린 지구를 다시 되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결국엔 무언가 분명히 얻어간 것이 있음이라고 믿고 싶다. 하다못해 내가 손목을 긋고 내 내장과 혈을 쏟아낼 때 조차 나는 어딘가 자유롭고 해방됨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리고 또 어딘가 이상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는 척만 하는 거다. 내가 손목을 긋고 해방감을 느꼈던 것 또한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그렇기에 더더욱 다른 사람 관점에서 내가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할지라도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온전히 내 모든 것을 덜어내고 타인을 바라보며 믿어주고 그리고 곁에 있어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 시간과 감정이 모두 소중한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