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선율은 어둡게 위에서 밑으로 내려온다. 이후 저음이 크게 울리며 공간을 채우다가 이내 고음이 다시 공간을 덮는다. 시계는 일정한 시간에 똑딱이며 은밀한 박자감을 유지한다. 창밖을 바라본다. 커다란 창문과 그 너머 뻥 뚤린 공간에 건강하게 자란 듯 푸른 초원이 바람에 기분좋게 살랑거린다. 창문이 조금씩 흔들리는가 싶더니 활짝 열리곤 기분 좋은 상쾌한 바람과 약간 시원한 풀냄새가 코를 가득 맴돈다. 그때 갑자기 음악이 신나게 울리기 시작하다가 조용히, 조용히 줄어든다. 창가에 손을 올려본다. 약간 차가우면서도 나무의 은근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