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 23:43
나에게는 원래 누나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죽었다고 한다.
나는 형이 있다.
형 사이에 누나, 누나 다음에 나였을 것이다.
아닌가, 누나가 있었으면 난 없었으려나
아무래도 그렇겠지 우리 가족의 원래 가족계획은 최대 두명이었으니까.
내가 태어난 뒤 아빠는 정관수술을 했으니까.
나는 찢어진 콘돔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아닌가, 벗겨진인가.
취한 아빠한테 얼핏 들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아빠한테 다시 묻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그렇게 알기로 했다.
그렇다고 엄마 아빠가 날 안사랑하는 건 아니다.
엄마를 방에 가둔 적이 있다.
카페인을 과다복용하면 죽을 수 있다 해서
커피 중 가장 카페인이 높은
강릉커피를 주문해 도착하자마자
엄마 일로 좀 와바 하며
웃으며 엄마를 방으로 밀고 문을 잠궈서
옆방으로 가 울면서 커피를 들이마셨었다.
죽지는 못했고
엄마는 나에게 갤럭시 버즈 프로를 사줬었다.
그게 우리 가족이 날 사랑하는 방식이다.
누나
누나가 태어났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태어나지 않았을까
대신 누나가 아팠을까
누나
누나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거야?
내가 죽으려고 할 때마다
보이는 여자는 누나야?
누나
누나가 태어났으면
나도 태어났으면
우리는 친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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