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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파동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물이 파동 치며 울렸다. 미동도 없이 잔잔히 고여있는 액체는 위아래로 흔들리며 그 울림을 온 호수에 퍼뜨렸다. 그 위에 동동 떠다니는 나뭇잎과 잔잔히 풍기는 비릿한 소금쟁이 냄새. 이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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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러면 그 파동의 입자 속에서도 나를 발견하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너도 알다시피 물의 파동은 생각보다 드세서 흔들리는 표면에서 너를 놓치고 말았다. 전광판 작업은 누구의 관심도 못했다. 당연했다. 다수의 이야기보단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 물이 되어 섞이고 싶지 않았다. 물의 파동은 불규칙하면서도 나는 그 파동의 물줄기를 따라서 걸어봤다. 날은 덥고 습했다. 땀에 젖은 옷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찝찝함을 뒤로하고 걸었다. 매미가 우는 길은 왜인지 무채색처럼 느껴졌다.

고수 홍어 생굴 멍게 바다향 굴

"고수.. 홍어 생굴.. 멍게. 바다향.. 굴."

괜히 그 향기들이 나에게 느껴졌다. 매콤하면서도 비릿하면서도 씁쓸하면서도 짠 냄새들이 내 코로 들어와 나의 뇌를 새콤하게 자극했다. 정확히는 공간이라는 거처를 지나 흙이라는 파동을 쳐내고는 나라는 물에 들어와 나의 물을 더럽혔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의 물은 원래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

교수님이 나를 불러 세우는 날이 있었다. 내가 전광판 작업을 마칠 때 즈음 잠이 오지 않아 물에 담긴 전광판 앞에 쓰러질 뻔한 적이 있다. 전광판은 350W로 가동되고 있었고 100W 정도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의도였다. 나는 그 물에 들어갈까, 네가 사라졌던 그 물속으로 사라질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교수님은 그런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본인의 연구실로 나를 불러 80년대 유행했던 일본 유명 가수들이 나오는 LP를 트시고 말없이 나에게 차를 권했다. 히비스커스였다. 붉게 올라오는 물의 파동을 티백으로 툭툭 쳐내며 교수님을 쳐다봤지만 교수님은 아무 말도 하시지 않았다. 나는 그냥 붉은 액체의 파동만 바라보았다.

너랑 마셨던 녹차가 생각났다. 이상하리만큼 초록색인 녹차였다. 너는 녹차가 무슨 색이 있냐며 나에게 툴툴댔었지만 나는 이 녹차가 일본의 말차와 섞인 품종이라 일반적인 녹차보단 2배 비싸다는 사실을 너에게 끝내 말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아마 그때 파동 위에서 흔들리던 녹찻잎만 기억하고 있을 거다. 그 녹차는 내 하얀 옷에 튀어 내 옷에는 초록색 점이 생기고 말았지만, 나는 그 옷을 버리진 않았다. 서로에게 물을 묻혀버리는 거라면, 그게 너의 정의에서 물이라면 나는 너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어제 뉴스를 봤는데 우주정거장이 충돌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도 각자의 파동 속에서 각자의 물이 되고 말았던 것일까. 우주라는 궤도에서조차 파동이 존재하는 거라면 우리는 원초 벗어날 수 없었는지도 몰라. 파동이라는 개념조차도 양쪽에서 두 개의 파동이 흔들리다가 결국 중첩되면 서로 맞물려 흔들리다가 서로의 궤도를 뒤흔들고 마는 거니까. 그 궤적이 어딘가에 반사되어 맺히면 그걸 커스틱스라고 한 대. 이 글도 어쩌면 너와 나 사이 궤도의 궤적을 그리는 커스틱스인 거다.

"작은 것이어도 충분한 사랑도 있다면 큰 것만이 충분한 사랑도 있는 거잖아"

넌 결국 익사했지만 나는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물이 담긴 유리잔에 퐁당하고 얼음을 그 잔 안에 넣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은 탓인지 살짝 유리잔을 넘어 물이 유리잔 표면을 타고 흘렀다. 실은 얼음이 너무 컸던 건지, 물이 너무 많았던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애초에 물이 없었더라면 얼음이 얼마나 크든 물은 넘치지 않았을 거 같기는 하다.

네가 죽고 1년이 되던 날, 작품을 팔라는 제의가 왔었다. 동시대성이니 컨템포러리니 대한민국의 간판의 역사라더니 창녀촌이라더니 그 작업을 대한민국의 중심부인 한강에 빠뜨렸다느니 그럴듯한 개소리와 해석을 나에게 신나서 떠들던 졸부가 있었다. 나는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 그렇군요. 하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나는 이 졸부에게 얼마까지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졸부는 나에게 5천만 원을 제시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나는 너를 5천만 원에 팔 수는 없었다.

나는 너를 전광판과 물로 되살렸는지도 모른다. 작업이 끝나고 내 작업실에서 가끔 물속에서 무책임하게 그리고 무분별하게 깜빡이는 LED 소자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다. 꼭 네가 이야기하는 거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커튼을 달았구나. 오늘은 궁채나물을 먹었구나. 오늘은 ... 오늘은 답이 없구나.

정전이었다.

정확히는 물을 전도체로 바꾸고 강제로 전기를 누수시키는 작업이다 보니 건물의 전기가 차단된 것이었다. 나는 건물주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어차피 건물주는 네가 무분별하게, 그리고 무책임하게 깜빡이는 LED라는 걸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죄송합니다."밖에는 없었다. 우리가 그동한 했던 대화나 그동한 해온 행동들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다. 전기가 다시 들어오자 너는 전처럼 깜빡이지는 못했다. 가끔 깜빡이긴 했지만 그건 아마 아직 타버리지 않은 보호회로가 남아있는 기판이 죽기 직전 외치는 울음 같은 거다. 나는 물에 살짝 손을 담가보았다. 찌릿한 느낌에 손을 뗐지만 네가 꼭 나에게 말 걸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날은 비가 왔었다. 그래서 창밖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토도도도하고 창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좋지는 못한 작업실이어서 내부는 많이 습했다. 네가 이런 환경에 있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래서 곧바로 에어컨을 켰다. 그렇지만 에어컨은 물에 젖어 금방 고장 나고 말았다. 창문형 에어컨이었다. 에어컨은 살려달라는 듯 끼기. 끽. 소리를 내다가 굉장한 굉음을 내다가 그대로 꺼져버렸다. 나는 그 순간에도 너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랑 손을 잡는 상상을 하면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너의 LED가 깜빡. 하고 반짝였다. 더는 깜빡이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너는 그렇게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너의 앞에 네가 좋아하던 홈런볼을 놓고는 너로 변한 너의 물에 뿌려주었다. 홈런볼은 둥둥 떠다니다가 녹아서 금세 눅눅해졌다. 그때 살짜쿵 물이 정말 미세하게 파동치며 흔들렸다. 네가 마치 이제 나는 물이 되었으니 너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싫었다. 괜히 화가 났다. 내가 ... 나는 나는 나도

나도 물이 될 거야.

물에 손을 넣었다. 아니, 너와 손을 잡았다.

찌리릿 하고 전기가 올라왔다. 손가락부터 손등 팔 어깨 목 배 다리 발 머리 머리카락이 찡 하고 울렸다.

눈앞이 하얘졌다.

감촉이 느껴졌다.
네가 잡아주는 내 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너와 나는 파동치며 울렸다.
내 시체는 너 안으로 들어가 너는 결국 넘쳐흘렀다
흐른 물은 작업실 바닥을 적셨다.
내 옷 또한 너로 가득 젖었다.
작업실 바닥에서 흐르는 물은 배수구로 들어갔다.
배수구로 들어간 물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밖으로 내보내졌다.

그걸 누군가 밟는다.

빨간 우산의 여자와 노란 우산의 남자,

어깨가 부딪힌다.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좀 바빠서."

남자, 지갑을 떨어뜨린다.

지갑은 '그 물' 위에서 젖어간다.

"뭐야... 이상한 사람이네."

여자, 지갑을 줍는다.

"저기요..! 저기 지갑.. 아.."

이미 멀어져 버린 노란 우산의 남자를 바라보다
다시 '그 물'위에 지갑을 내려놓는다.